2기 신도시 상가 용지 '애물단지' 전락… 팔리지 않는다
박정아 기자2026.08.19

여의도 절반 크기 땅이 주인을 못 찾았다
수도권 2기 신도시 곳곳이 여전히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2기 신도시 내 미매각 용지는 약 170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0만㎡)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다른 조사에서도 2025년 기준 2기 신도시 내 미매각 상업용지 규모가 약 45만㎡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돼, 조사 시점과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상당한 규모의 땅이 팔리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상업지역 비율은 예전 신도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 주거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 인구 밀도를 크게 줄이면서 세대 수 대비 상가 공급 비율만 크게 늘어난 것이 근본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9억짜리 상가, 2억에도 안 팔린다"…공실이 슬럼화로
미매각 용지 문제는 이미 분양된 상가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한 상가는 감정평가액 9억4600만 원에서 네 차례나 경매가 유찰돼 2억2700만 원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도시에서는 상가 공실이 개인 소유주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슬럼화나 상권 붕괴로까지 이어지면서, 아예 상업용지 매각을 포기하고 공공용지로 전용하는 지방자치단체까지 등장했다.
서울 도심에서는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상가 자체를 없애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혁신도시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북 김천혁신도시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44%로 2024년 이후 꾸준히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대구(31.9%), 전북(28.2%), 충북(23.1%), 원주(15.9%) 등 다른 혁신도시들도 높은 공실률에 시달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배달 확산에 오프라인 상권 수요 자체가 축소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동네 상가를 직접 찾는 소비자 수요 자체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신도시 특성상 아파트 입주와 상업시설 공급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상가 상권이 안정화되기까지 아파트 입주 시작 후 수년이 걸린다는 점도 공실 장기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부담, 향후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우려도 상가 소유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지적된다.
3기 신도시는 상업용지 비율 낮췄지만…"자족·주상복합 용지가 변수"
정부는 2기 신도시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3기 신도시에서는 상업용지 비율을 대폭 낮췄다.
3기 신도시의 상업용지 비율은 전체 면적의 0.8%로, 정부가 2019년 '상업용지 설계 기준'을 수립해 인구 등의 요인을 더 철저히 반영하도록 한 영향이 크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창릉지구의 경우 상업시설 면적은 전체 토지의 0.5%에 불과하지만, 주상복합용지와 자족시설용지 비율은 각각 2.4%, 3.2%에 달해 사실상 상업용지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용지가 다수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지 과잉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상업용지를 주거용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 건물의 비주거시설 의무 비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췄으며, 경기도 역시 '2026년 경기도 주거종합계획'에 택지지구 내 미매각 용지 활성화 전략을 별도 과제로 담아 상업·문화 복합, 헬스케어, 청년·스타트업 등 다양한 테마 유형으로 용지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가 수익형 부동산, 입지별 옥석 가리기 불가피"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도시 간 아파트 가격은 순위가 크게 뒤바뀌지 않지만, 상업용 부동산의 미래 가치는 도시 자체보다 도시 내 세부 입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린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신도시와 달리 2기 신도시들은 세대 수에 비해 상가 공급 비율이 크게 늘어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짚었으며,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상가가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인 만큼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공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건은 "공급 총량 조절과 용도 다변화"…3기 신도시서 실효성 시험대
전문가들은 온라인 소비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은 이상, 신도시 상업용지 공급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공실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3기 신도시가 상업용지 비율을 낮췄더라도 주상복합·자족시설 용지가 사실상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용도 다변화와 공급 총량 조절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신도시 상권 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