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4.82% 찍으며 전 세계 채권시장 '발작'
한지훈 기자2026.09.03

10년물 장중 4.821%…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
미국 국채금리가 3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드리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821%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1일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4.797%로 마감한 데 이어 고점을 다시 높인 것이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4.793%로 거래를 마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년물 금리는 4.383%, 30년물은 5.266%까지 오르며 함께 급등했다.
이란發 유가 충격이 도화선…이자율 상승 우려 재점화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중동發 지정학적 리스크다.
지난달 30일 미국과 이란이 한 달여 만에 군사충돌을 재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채권시장을 강타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매도세에 불을 지폈다.
로이터 통신은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주요국의 재정 부담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면서 이날 세계 국채금리가 최근 수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매도세 전 세계로 확산…日 30년 만에 3%, 英·獨·佛도 '수십 년 만의 최고치'
미국에서 시작된 채권 매도세는 이미 일본과 영국, 독일 등 주요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3%를 넘어서며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장중 5.92% 수준까지 올라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독일과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도 각각 2011년,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채권 매도세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주요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구조적 고금리가 뉴노멀 될 수도"…재정적자 부담이 근본 원인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급등이 구조적인 고금리 기조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정부 차입, 민간 투자 수요가 맞물리며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의 아제이 라자드야크샤 연구원 역시 막대한 정부 부채와 공급망 차질로 현재의 고금리가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G20서도 뚜렷한 해법 없어…"성장만으론 부채 해결 어렵다" 회의론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경제 성장을 통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최근 1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1%에 그치는 반면 재정적자 비중은 GDP 대비 6%를 넘어서고 있어 성장만으로 부채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라고 WSJ는 전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 "美 금리 올려도 기계적 대응 안 해"
이번 금리 급등이 국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이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환율과 금융안정 등 국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관건은 "중동 리스크의 향방"…추가 급등 가능성 배제 못 해
전문가들은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는 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채금리는 주식과 부동산 밸류에이션의 할인율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증시와 성장주 밸류에이션 전반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