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성과급' 요구로 파업 못 한다…노동부, 시행지침 발표
김지수 기자2026.08.30

노란봉투법 혼선 잠재우기…성과급·공장이전·신기술 도입 '교섭 제외'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확산된 교섭·쟁의 대상 범위의 혼선을 정리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마련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토대로 경영성과급과 경영상 결정에 관한 노동쟁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조치다.
앞으로 노동조합은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일 수 없다.
노동부는 이날 지침을 통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방식의 요구는 의무적 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국가와 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호남 반도체' 반대·'로봇 도입' 반대도 파업 사유 안 돼
이번 지침은 성과급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장 신설이나 이전·매각 등 경영상 결정을 반대하는 요구, 신기술 도입을 반대하는 요구 역시 의무 교섭·쟁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동부는 삼성전자가 호남 반도체 공장을 짓는 행위 자체로는 노사가 교섭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현대차가 공장에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것과 같은 신기술 도입 결정도 의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예외는 있다.
공장 신설이나 신기술 도입으로 인해 구조조정, 배치전환, 교대제 변경 등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단계에 이르면 해당 사안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파업도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 아냐"…노조 쟁의권 확보 좁아져
이번 지침에 따라 노조가 영업이익 N% 성과급, 특정 공장 신설 반대, 신기술 도입 반대 등을 이유로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사용자는 이를 거부할 권리를 갖게 됐다.
사용자가 정당하게 교섭을 거부하는 경우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무적 교섭사항에서 빠지게 되면 노조는 해당 사안을 두고 파업 등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노동부는 이 같은 판단의 배경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변동성과 가변성, 그 밖에 예상하기 어려운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들었다.
재계 "혼란 축소에 도움"…경영권 침해 우려는 여전
경제계는 이번 지침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부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사가 무엇을 반드시 교섭해야 하고 무엇을 놓고 파업할 수 있는지 이번 지침이 기준을 분명히 한 것은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회사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를 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정리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신기술 도입이나 공장 신설로 인한 배치전환이 교섭 대상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의 투자와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놓았다.
노동계 "헌법상 노동3권 침해"…시행지침 효력 논란도
반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행정부 내부 업무처리 기준에 불과한 시행지침으로 헌법상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 확대를 취지로 한 개정 노조법 본래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3월 10일 시행됐으며, 시행 당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원청교섭 쟁취 투쟁 선포대회를 여는 등 노동계는 법 시행 초기부터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를 쟁점으로 삼아왔다.
이런 가운데 시행령이 아닌 '지침' 형태로 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한 것을 두고, 법적 구속력이 약한 행정 지침으로 노동3권인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도 제기된다.
정부 "일관된 법 해석·운영으로 현장 규범화하겠다"
정부는 이번 지침이 노사 갈등을 줄이는 실질적 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노사 간 자율적인 교섭은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면서도, 지침 내용과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법을 해석·운영해 지침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나타난 현장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쟁의 대상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재계·노동계 반응 온도차…대기업 노조 협상력 시험대에
전문가들은 이번 시행지침이 노란봉투법의 실질적 적용 범위를 좁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노조가 그간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싸고 강도 높은 쟁의 활동을 벌여온 만큼, 이번 지침이 향후 임단협 협상 구도와 노사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계가 이번 지침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의 '지침 시행'과 노동계의 '위헌 논란' 사이의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