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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팔린 얇은 소설들"…'숏폼 단행본'이 흥행한다

정하윤 기자2026.08.24
"100권 팔린 얇은 소설들"…'숏폼 단행본'이 흥행한다
<파과> 위픽 에디션, 조기 품절에 추가 제작까지 짧고 얇지만 완결도 높은 '숏폼 단행본'이 출판 시장의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장 열띤 반응을 얻은 도서 중 하나는 구병모 작가의 <파과> 위픽 에디션이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본래 도서전 단독 한정 판매를 예고했으나, 조기 재고 품절 사태가 벌어지자 행사 이후에도 구매가 가능하도록 추가 수량 제작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200페이지 안팎의 짧은 분량 안에 완결된 서사를 담아내는 '위픽' 시리즈는 이미 100권 발간을 넘어선 상태로, 시리즈를 대표하는 짧지만 밀도 높은 이야기 방식이 독자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나 평단 눈치 안 본다"…위픽이 100권까지 쌓아온 정체성 위픽 시리즈를 기획한 편집진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정의한다. 편집진은 아주 짧은 한 문장 하나에서도 우주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하며, 작가들 사이에서도 위픽은 작가나 평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시리즈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명 작가들이 특정 사회적 이슈나 화제를 소재로 삼아, 다른 출판사가 아닌 위픽 시리즈로만 출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먼저 기획안을 제안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짧은 분량이 오히려 작가에게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창작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6년 상반기 '소설 전성시대' 재현…판매량 9% 증가 이 같은 흐름은 전체 출판 시장의 문학 강세와도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으며,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에는 총 22권의 소설이 이름을 올렸다. 예스24는 이를 '다시 열린 소설 전성시대'로 규정했다. 앞서 올해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도 소설이 오르며 독서 시장이 다시 문학으로 방향을 틀고 있음을 보여줬는데, 이는 최근 10년간 새해 첫날 베스트셀러 1위에 소설이 오른 세 번째 사례였다. 예스24의 전자책 구독 서비스 크레마클럽 이용자들의 독서량도 늘어나, 상반기 1인당 평균 이용 권수는 지난해 4.6권에서 올해 4.8권으로 증가했다. "부담 없이 완독"…독자들 사이 자발적 '얇은 책 추천' 콘텐츠도 확산 이런 선호는 독자들 사이의 자생적인 콘텐츠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매체에서는 '200페이지 이하 하루 만에 읽고 오래 남는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되고 있으며, 독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야 할 때나 독서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짧고 완결도 높은 책을 주로 찾는다고 밝히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의 보람과 성취감을 짧은 시간 안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롱폼 콘텐츠 피로감 속 '완독 가능한 몰입'이 경쟁력 이 같은 숏폼 단행본의 인기는 짧고 즉각적인 콘텐츠 소비에 익숙해진 독자층의 습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 쇼츠나 릴스처럼 짧고 강렬한 콘텐츠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독서에서도 부담 없이 완독할 수 있으면서 서사적 밀도는 놓치지 않는 형태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숏폼 단행본은 분량만 줄인 것이 아니라, 짧은 분량 안에서도 완결된 서사와 문학적 밀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작가의 역량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형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숏폼 흥행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짧고 밀도 있는 단행본에 대한 독자들의 선호가 콘텐츠 소비 방식 전반의 변화와 맞물린 구조적 흐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위픽처럼 특정 시리즈가 100권 넘게 꾸준히 발간되며 안정적인 독자층을 확보한 사례가 나온 만큼, 다른 출판사들도 유사한 형태의 시리즈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짧은 분량 안에서 완성도 높은 서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이런 흥행 공식이 장기적인 트렌드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향후 출간작들의 성과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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