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튜브, 'AI 슬롭' 조회수 세계 1위 불명예
김지수 기자2026.08.28

'음식물 쓰레기'라는 뜻의 신조어, 콘텐츠 업계 최대 골칫거리로
인공지능(AI)으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 '슬롭(Slop)'이 글로벌 플랫폼들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다.
슬롭은 원래 음식물 쓰레기나 오물을 뜻하는 단어인데, 생성형 AI를 이용해 맥락 없이 대량 복제된 저품질 콘텐츠를 가리키는 경멸적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용어는 2022년 AI 아트 생성기 출시 이후 등장해 4chan과 해커뉴스, 유튜브 댓글 등에서 쓰이기 시작했으며, 구글이 검색 결과에 제미니 AI를 통합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됐다.
지난해 10월 오픈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2'가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영상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유명인을 활용해 저급한 행위를 합성한 영상까지 쇼츠와 각종 영상 플랫폼을 점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韓 유튜브 AI 슬롭 조회수 '세계 1위' 불명예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유튜브 시장의 상황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흐르는 정체불명의 AI 영상들이 한국 유튜브 시장을 잠식하면서, 한국은 AI 슬롭 조회수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검색 신뢰도 하락과 고령층의 오인 소비, 생태계 교란 등 '디지털 오염'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새로운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영상의 21%가 AI 슬롭으로 분류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원숭이 학대 영상으로 연 60억 원…"알고리즘이 슬롭을 우선 추천"
문제는 이런 저품질 콘텐츠가 실제로 상당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AI 슬롭으로 분류되는 영상들이 유튜브에서 연간 약 1억17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의 한 채널은 기괴한 원숭이 영상을 대량 게시해 24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연간 약 425만 달러(약 6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새우 예수'처럼 기괴하거나 자극적인 AI 이미지·영상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콘텐츠 질보다 조회수와 참여도를 우선시하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중독성 강한 슬롭이 알고리즘상 우선적으로 추천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 "2026년 최우선 과제는 AI 슬롭 퇴출"…라벨 부착·삭제 강화
플랫폼들도 대응에 나섰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신년 메시지를 통해 AI 콘텐츠 규제를 2026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AI 활용 자체는 적극 장려하되, 독창성 없는 대량 생산 콘텐츠에 대해서는 관리·통제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유튜브는 지난해 7월부터 독창성 없는 대량 생산 AI 콘텐츠에 대한 수익 창출을 이미 중단한 상태이며, AI 도구로 제작된 콘텐츠에는 별도 라벨을 부착하고 규정을 위반하는 유해한 합성 미디어는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딥페이크 등 AI로 창작자의 얼굴이나 목소리가 무단 사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탐지·관리 도구도 확대할 예정이다.
실제로 올해 1월 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구독자 총 3500만 명에 달하는 대형 AI 자동 생성 채널 16개가 삭제되거나 콘텐츠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돼, 유튜브가 선포한 'AI 슬롭과의 전쟁'이 이미 실전 단계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린이 대상 서비스도 비상…"유튜브 키즈 보호가 최우선 순위"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서의 AI 슬롭 확산이다.
일부 AI 콘텐츠가 아동의 과도한 몰입을 유도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모한 CEO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공간을 만드는 것과 부모가 디지털 세계 안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올해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EU는 라벨링 의무화, 앤트로픽은 저작권 소송 15억 달러 합의
규제와 법적 대응도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의 AI 법은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라벨링을 의무화했으며, AI 기업 앤트로픽은 작가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하는 등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AI 슬롭 문제가 저작권과 플랫폼 규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중립적, 문제는 사용 방식"…나델라 CEO 발언 역효과 논란도
한편 AI 기업들 사이에서는 '슬롭'이라는 용어 자체를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졌다.
지난해 말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AI를 슬롭이라 부르지 말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AI 슬롭과 생성형 AI에 대한 전반적인 반감과 맞물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에 '마이크로슬롭(Microslop)'이라는 멸칭이 생기는 역효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며,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한다.
AI 슬롭은 마치 '디지털 불량 식품'과 같아서, 싸고 빠르게 콘텐츠 공간을 채울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용자의 지적 건강을 해치고 정보 생태계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슬롭을 걸러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AI 슬롭이 알고리즘의 수익 극대화 구조와 맞물려 확산돼온 만큼, 콘텐츠를 삭제하는 수준의 대응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들이 조회수·참여도 중심의 추천 알고리즘 자체를 어떻게 개편하느냐가, 향후 AI 슬롭 확산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한국이 AI 슬롭 조회수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만큼, 국내 플랫폼과 규제 당국의 대응 속도도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