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 기준금리 2.25% 동결…인플레이션 경고
한지훈 기자2026.08.20

7회 연속 동결…"필요시 통화정책 조정할 준비"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동결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음을 냈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정책금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익일물 금리 목표를 2.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은행 금리는 2.50%, 예금 금리는 2.20%로 각각 유지됐다. 매클럼 총재는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며 세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캐나다 경제가 지난 1년간의 정체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새로운 관세 조치로 이런 반등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 중동 분쟁이 에너지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오래 유지시키며 인플레이션 전망의 상방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에 가깝게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2분기 GDP 3.3% 급반등…"관세 불확실성이 지속가능성 위협"
캐나다 경제는 예상대로 2분기 강한 반등을 보였다.
매클럼 총재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의 매우 부진한 성장 이후 3.3% 늘었다. 일부 강세는 일시적 요인에 기인했지만, 경기 회복세는 전반적으로 폭넓게 나타났다.
소비 지출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고, 몇 분기 연속 부진했던 주택 부문도 다소 반등했다.
수출과 기업 투자도 큰 폭으로 늘었으며, 노동시장 역시 최근 몇 달간 개선돼 민간 부문의 고용이 늘고 7월 실업률은 6.4%로 소폭 하락했다.
다만 최근 지표들은 경제 내 초과 공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매클럼 총재는 수출과 투자, 고용의 증가가 기업들이 관세와 신기술, 커진 불확실성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그동안의 설명과 대체로 일치하며, 전반적인 데이터는 회복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중앙은행의 판단을 재확인해준다고 밝혔다.
美 신규 관세가 최대 변수…"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불확실성 확대"
다만 미국의 새로운 관세와 커진 무역 불확실성이 이런 반등의 지속 가능성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클럼 총재는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대상 업종에는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도, 전체 경제활동 수준에 큰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영향을 받는 품목은 대미 수출의 약 5%에 해당하며, 연방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일부 피해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며, 캐나다-미국 무역 관계의 미래를 둘러싼 커진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결정을 전반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휘발유값이 인플레 주범"…이란 분쟁이 유가 밀어올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이란을 둘러싼 중동 분쟁이 변수로 지목됐다.
매클럼 총재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이 최근 몇 달간 3%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지속적으로 높은 휘발유 가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 분쟁의 직접적인 결과로, 국제 유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휘발유·경유 같은 정제 제품의 마진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휘발유를 제외한 캐나다의 인플레이션은 7월 기준 2.2%였으며,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들은 2%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되면 상방 위험 더 커질 수도"
매클럼 총재는 시장의 유가 전망치가 지난 7월 이후 상향 조정됐다고 언급했다.
중앙은행은 그동안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지나쳐왔지만, 이것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조짐이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그런 확산의 증거는 많지 않지만, 분쟁이 계속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가 여전히 제한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상방 위험은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와 정유 마진이 높은 수준으로 오래 유지될수록, 높은 에너지 가격이 다른 부문으로 파급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굳어질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의 신규 관세와 캐나다의 보복관세도 일부 기업의 비용을 늘려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이 관세·유가를 통제할 순 없다"…물가 안정에 집중
매클럼 총재는 통화정책이 관세의 영향을 상쇄하거나 국제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글로벌 상황 변화가 캐나다의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결정 이후 캐나다의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이 대체로 전망대로 흘러갔다며, 이런 배경 속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방 위험은 커졌고, 새로운 관세로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도 커진 만큼, 통화정책위원회(거버닝 카운슬)는 경제 반등의 지속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계속 평가하며 필요시 통화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글로벌 격변의 시기에 캐나다 국민들의 물가 안정에 대한 신뢰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다음 10월 28일 회의까지 나올 유가·관세 데이터
시장에서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음 정책 발표는 10월 28일로 예정돼 있으며, 그 사이 중앙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와 고용, 무역 갈등의 실물 영향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금리 방향이 어느 쪽으로든 크게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유가와 무역전쟁 상황이 앞으로 몇 달 사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