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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서 폭우로"…지구온난화가 몰고 온 '기후 채찍질'

한지훈 기자2026.08.29
"가뭄에서 폭우로"…지구온난화가 몰고 온 '기후 채찍질'
40도 폭염 뒤 기록적 폭우…"극단 기상이 널뛰듯 오간다" 올여름 한반도는 극단을 오가는 날씨로 몸살을 앓았다. 40도를 훌쩍 넘는 극단적인 폭염에 이어 국가재난급으로 번졌던 영남지방 가뭄이 이어졌는데, 불과 사흘 만에 내린 비는 해갈을 넘어 일부 지역에서는 피해가 속출할 정도로 기록적인 양을 기록했다. 짧은 기간 안에 폭염과 가뭄, 극한호우가 널뛰기하듯 오가는 이른바 '기후 채찍질(Hydroclimate Whiplash)'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올해만의 일도 아니다. 지난 2023년 전남 광주 지역에서도 열 달 넘게 극한 가뭄이 이어지다가 5월 나흘간 340㎜의 많은 비가 쏟아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급변하는 기후 패턴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진단하며, 폭염과 풍수해 대비를 위한 중앙재난대책본부가 동시에 가동되는 날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상청 "올해 폭염·고수온 피해 대비 만전 기해야" 기상청도 올해 초 이런 흐름을 예고한 바 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연 기후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돼 폭염과 고수온에 의한 피해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강수량 변동성이 커 지역별 가뭄과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에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재난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긴밀히 소통하며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올여름 상황은 이런 경고가 현실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북극 해빙 위성관측 사상 최저…해양열파도 '일상화' 전 지구적 차원에서도 기후 위기의 징후는 뚜렷하다. 올해 첫 3개월은 이미 역대 4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으며, 겨울철 정점 시기인 3월 기준 북극 해빙 면적은 지난해와 동률을 이루며 위성 관측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시스템에 축적된 열에너지의 90% 이상을 흡수하는 해양의 온난화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등의 자료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22년까지 심해(0~2000m)의 해양 온난화율은 연평균 0.7±0.1W/㎡였지만, 2006년부터 2022년 사이에는 1.2±0.2W/㎡로 극적으로 가속화됐다. 육지의 폭염에 상응하는 해양 극단 고수온 현상인 '해양열파' 역시 이제는 일상화됐는데, 2022년 기준 전 세계 해양 표면의 58%가 최소 한 차례 이상 해양열파를 경험한 반면, 반대로 해양 한파를 겪은 면적은 25%에 그쳤다. '슈퍼 엘니뇨' 겹치며 위험 가중…파리협약 1.5도 저지선 흔들 여기에 강한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위험은 한층 가중되는 모습이다. WMO는 이번 가을부터 겨울까지 강한 엘니뇨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런 전망대로라면 2026년과 2027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190여 개국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최후 저지선으로 삼았던 1.5도 방어선이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강한 엘니뇨는 통상 기록적 폭염과 폭우, 가뭄을 동반하는데, 북미와 남미에는 홍수와 폭우가, 호주와 동남아시아에는 가뭄과 대형 산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평양에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는데, 우리나라 역시 이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식탁 물가부터 대형 참사까지…'히트플레이션'과 네팔 대홍수가 보여준 현실 이상기후의 여파는 이미 구체적인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폭염이 시금치·오이·상추 등 채소 가격을 한 달 새 최대 150% 넘게 끌어올리는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밥상 물가를 직격했으며, 물가 상승률까지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잇따랐다. 프랑스에서는 폭염 이후 닭 약 300만 마리가 폐사하고 우유 생산량이 약 30% 줄었으며, 유럽 전역의 채소 농가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빙하 붕괴로 촉발된 네팔·중국 국경 지역의 대홍수로 사망·실종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이미 인명과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현실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2030년까지 옥수수 수확량 24% 감소"…글로벌 식량위기 경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동과 폭염의 다발적 발생으로 2030년까지 고배출 시나리오 아래에서 전 세계 옥수수 수확량이 약 2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옥수수뿐 아니라 밀과 쌀 등 필수 식량 작물의 생산성도 함께 급감할 경우, 식량 자급률이 낮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심각한 식량 위기와 사회경제적 불안정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따른 농업 생산 기반 붕괴가 2028~2030년 기간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 연쇄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쟁과 겹친 기후재난, 최악의 시나리오 될 수도" 문제는 이런 기후 위기가 다른 지정학적 불안정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스라엘-이란 등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무력 충돌로 전 세계 에너지 수급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기후재난까지 겹칠 경우 이미 전쟁으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이 '설상가상'의 최악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기후와 안보, 식량, 에너지 위기가 서로 맞물리면서 각국 정부의 대응 여력을 시험하는 복합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관건은 "기후 채찍질에 대응할 인프라와 국제 공조를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평균 기온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폭염·가뭄·폭우가 짧은 기간에 극단적으로 뒤바뀌는 '기후 채찍질' 현상을 일상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런 변동성에 대응하려면 농업·수자원·재난 인프라 전반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며, 개별 국가 차원의 대응을 넘어 국제적인 기후 공조와 조기경보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니뇨가 예고대로 겨울철 절정에 이를 경우 국내외에서 추가적인 기상 재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몇 달간의 기후 흐름이 2026년을 넘어 향후 수년간의 정책 대응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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