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던 하늘서 30분 만에 물폭탄"…그랜드캐니언 돌발홍수
정하윤 기자2026.08.31

브라이트 엔젤 캐니언 덮친 '기습 폭우'…보행교 대부분 유실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이 순식간에 몰아친 돌발 홍수로 아수라장이 됐다.
AP통신과 CBS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쯤 협곡 북쪽 브라이트 엔젤 캐니언과 팬텀 랜치 일대에 돌발 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애초 그랜드캐니언은 맑은 날씨였지만, 고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바위 지대에 약 30분간 1~2.5㎝의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면서 빗물이 가파른 암석 지대를 타고 그대로 흘러내려 급류를 만들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이 홍수와 함께 대형 바위와 금속 구조물, 각종 잔해가 협곡을 흐르는 콜로라도강으로 쓸려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홍수로 개울을 가로지르던 보행자 다리가 거의 전부 유실됐으며, 협곡 곳곳의 기반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다.
1명 사망 확인·62명 헬기 구조…실종자는 20명서 15명으로 조정
NPS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반 기준 콜로라도강의 크리스털 래피즈 인근에서 46세 남성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으며, 정확한 사망 경위는 코코니노 카운티 검시관실이 파악 중이다.
구내식당과 숙소가 있는 팬텀 랜치에서는 등산객과 야영객 62명이 헬기로 긴급 구조됐지만, 당초 20명 이상으로 추산됐던 실종·소재 미확인자 수는 이후 약 15명으로 조정됐다.
당시 구조된 한 시민은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며 정말 끔찍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1922년 개장 팬텀 랜치…도보·노새로만 접근 가능한 외딴 지역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팬텀 랜치는 그랜드캐니언 협곡 바닥에 자리 잡은 곳으로, 도보나 뗏목, 노새를 이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외딴 지역이다.
1922년 문을 연 이후 그랜드캐니언의 대표 숙박지로 오랫동안 이용돼왔다.
접근성이 극도로 제한된 지형인 만큼, 이번 돌발 홍수로 고립되거나 대피가 늦어진 방문객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 당국은 팬텀 랜치와 브라이트 엔젤 캠핑장, 팬텀 랜치 매점·숙박시설, 노스 카이밥 트레일 전 구간을 별도 통보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폐쇄했다.
"추가 폭우 가능성"…토석류·낙석 위험 계속 경고
당국은 위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립공원 당국은 홍수 발생 이후에도 추가적인 뇌우와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또 다른 돌발홍수와 토석류, 낙석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조 및 수색 작업이 기상 상황에 따라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팔 대홍수와 같은 시기 겹쳐…"기후재난 동시다발 우려"
공교롭게도 이번 사고는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덮친 네팔·중국 국경의 대홍수로 대규모 인명 피해와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던 시기와 겹쳐 발생했다.
네팔에서는 빙하 붕괴로 형성된 호수가 범람하면서 수백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실종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는데, 비슷한 시기 미국의 대표 관광지인 그랜드캐니언에서도 돌발홍수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기상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협곡이나 산악지형처럼 배수가 어려운 지역에서 대형 인명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고가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국립공원 방문객 안전 시스템 정비"
전문가들은 그랜드캐니언처럼 협곡 지형에 위치한 국립공원의 경우, 맑은 날씨에도 상류 지역의 갑작스러운 폭우가 순식간에 급류로 바뀔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실시간 기상 경보와 대피 체계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협곡·계곡형 국립공원의 돌발홍수 조기경보 시스템과 방문객 대피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