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 한 번에 745만 원"…잠자던 북극곰 깨운 관광객 벌금
김정희 기자2026.08.26

힌로펜 해협서 뱃고동에 놀란 곰, 다른 곳으로 이동
북극권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잠자던 북극곰을 뱃고동으로 깨운 인물에게 우리 돈 약 745만 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됐다.
스발바르 최고행정관 라르스 파우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야생동물을 불필요하게 자극한 혐의로 해당 인물에게 5만 노르웨이 크로네(약 745만3500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8월 스발바르의 힌로펜 해협에 있는 롬피오르덴에서 벌어졌다.
한 선박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육지에서 잠자고 있는 북극곰을 발견했고, 이 가운데 한 사람이 선박의 경적(뱃고동)을 울렸다.
놀란 북극곰은 잠에서 깨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며,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다른 승객들이 이 사실을 스발바르 행정당국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고의적 방해로 판단"…환경보호법 30a조 위반 적용
스발바르 행정당국은 이 행위를 북극곰을 불필요하게 방해한 고의적 행위로 판단하고, 스발바르 환경보호법 제30a조 제1항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해당 인물은 처분을 받아들이고 벌금을 실제로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과 국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스발바르 환경보호법은 북극곰을 비롯해 물범과 고래, 순록, 북극여우 등 현지 야생동물을 불필요하게 방해하거나 유인·추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도 안에서의 모든 이동은 야생동물에게 불필요한 방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곰과의 거리 300~500m 엄격 규정…번식기엔 더 강화
스발바르는 북극곰과 인간의 접촉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접근 거리에 대한 규정도 매우 엄격하다.
2025년부터는 북극곰으로부터 최소 300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곰이 새끼를 돌보는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최소 5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당국은 북극곰의 휴식을 방해하는 행위 역시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먹이가 부족한 북극 환경에서 불필요한 이동은 북극곰의 에너지 소모를 늘려 생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72년 보호종 지정 이후 개체수 회복…"100년 사냥으로 급감했던 곰들"
북극곰이 이처럼 엄격하게 보호받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북극곰은 1972년 스발바르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됐으며, 노르웨이는 1973년 국제 북극곰보호협정에 서명하며 사냥을 전면 금지했다.
이는 100년 가까이 이어진 사냥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조치였다.
2015년 실시된 과학 조사에 따르면 스발바르 제도에는 약 250~260마리의 북극곰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이 처음 아냐"…2024년 바다코끼리 근접 관광객도 벌금
스발바르 당국이 야생동물 간섭 행위에 엄벌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4년에도 한 관광객이 바다코끼리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했다가 1만1500크로네(약 171만~173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스발바르 당국은 이런 사례들을 통해 관광객 증가에 따른 야생동물 위협에 지속적으로 경각심을 높이고 있으며, 위반 행위가 확인될 경우 국적이나 신원과 무관하게 엄격한 법 집행을 이어가고 있다.
관건은 "북극 관광 붐 속 야생동물 보호와의 균형"
전문가들은 북극권 크루즈·관광 수요가 늘어나면서 야생동물과 관광객 간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발바르처럼 엄격한 법적 처벌과 명확한 거리 규정을 갖춘 사례가, 관광객 급증에 따른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한 다른 극지·야생 관광지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광 수요와 멸종위기종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지켜내려면, 이번 사례처럼 위반 행위에 대한 신속하고 확실한 처벌이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