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싸놓은 똥, 치워주면"…일감 87% 폭증한 이 직업
최윤서 기자2026.08.25

AI 결과물 '뒤처리' 전담하는 프리랜서 급부상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이미지·영상·글의 오류를 고쳐주는 '뒤처리 전문가'들이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토드 반 린다는 최근 AI로 만든 아동용 책 삽화 13~15장을 고쳐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의뢰인이 제시한 대가는 약 500달러(약 69만 원)였다.
그는 작업량에 비해 보수가 적다고 판단해 이 의뢰를 거절했다.
그의 평소 작업료는 시간당 65달러(약 9만 원) 수준으로, "이 아래로는 작업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87% 폭증"…AI 손가락·발가락 고치는 데만 며칠씩
이런 '뒤처리 노동'에 대한 수요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AI가 만든 이미지에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부분을 고치거나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이 대표적인데, 경우에 따라 AI 결과물 하나를 제대로 수정하는 데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AI의 오류를 찾아내 실제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완성도로 끌어올리는 별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이런 수요 증가에 힘입어 관련 일감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글쓰기·영상 편집에도 확산…"업무의 60%가 AI 글 고치는 일"
AI 뒤처리 수요는 이미지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호주의 한 프리랜서 작가 겸 편집자는 현재 자신의 업무량 가운데 약 60%가 AI가 작성한 글을 고치는 일이라고 전했다.
AI가 쓴 글에는 표현이 반복되거나 문단 구조가 어색하고, 감정적 뉘앙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영상 편집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영상 편집자들은 AI가 만든 영상 속 잘못된 반사 이미지나 부자연스러운 음성, 비정상적인 3D 모델 등을 수정해달라는 의뢰를 잇따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가 일자리 뺏는다더니"…역설적으로 새 틈새시장 열려
이 같은 현상은 AI 확산이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오히려 AI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AI가 콘텐츠 제작의 초안이나 대량 생산을 담당하는 사이, 그 결과물을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다듬는 '마지막 1%'의 작업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셈이다.
다만 일부 프리랜서들 사이에서는 작업 난이도에 비해 제시되는 보수가 지나치게 낮다는 불만도 함께 제기되고 있어, AI 뒤처리 노동에 대한 적정 단가를 둘러싼 논의도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I 정확도 개선 속도와 인간 뒤처리 수요의 향방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의 기술적 완성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런 뒤처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다만 당장은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양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뒤처리 전문가에 대한 수요와 몸값이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I와 인간 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재분담하게 될지가, 향후 크리에이티브 업계 전반의 고용 구조를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