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흥정한다"…쇼핑, '가격 비교'에서 '조건 네고'로
박정아 기자2026.08.26

"구매 버튼 누르는 순간까지" AI가 실시간 협상
쇼핑 시장의 무게중심이 'AI 에이전트 간 협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데이터클라우드 기업 스노우플레이크가 발표한 '2026년 엔터프라이즈 AI 에이전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에이전틱 AI(자율적으로 행동하는 AI)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능형 시스템은 수동적인 보조 도구에서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주체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 접점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 자율적으로 상품을 조사하고, 판매자와 협상하며, 구매까지 실행하는 이른바 '에이전틱 상거래(Agentic Commerce)'가 본격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이는 쇼퍼와 판매자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로 평가되는데, 이제 '쇼퍼'는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인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쇼퍼 에이전트' vs '머천트 에이전트'…밀리초 단위 실시간 조율
이런 협상형 커머스에서는 속도가 곧 거래의 성패를 가른다.
쇼퍼 에이전트와 머천트(판매자) 에이전트가 개인화된 제안을 두고 협상하는 상황에서는 지연 시간이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시간 이벤트 기반 아키텍처가 도입되고 있는데, 이는 고객이 '구매' 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 가격이 즉시 조정되고 재고가 실시간으로 확인되며 거래가 성사될 만큼 빠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AI 에이전트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데이터로는 행동할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은 기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상품 정보를 의도적으로 구조화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네이버·카카오·무신사도 대화형 쇼핑 고도화 경쟁
국내 유통·플랫폼 업계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AI 쇼핑 에이전트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AI 쇼핑 에이전트를 고도화하며, 초기 상품 탐색과 정보 요약 역할에서 나아가 이용자의 클릭·찜·장바구니 이력과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 먼저 쇼핑 대화를 제안하는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네이버는 향후 쇼핑 AI 에이전트가 쇼핑 여정 전반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실시간 트렌드 분석과 연관상품 자동 추천, 장바구니 담기 기능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에이전트N'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챗GPT 기반 AI 에이전트 기능을 쇼핑 영역으로 확장하며 올리브영·무신사·현대백화점 등 외부 파트너사를 카카오톡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에서 "건성 피부에 바르기 좋은 선크림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올리브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제안받는 식이다.
무신사는 카카오톡 기반 AI 패션 추천 서비스와 함께 챗GPT 앱 내 입점도 진행하며, "출근룩 추천"이나 "여행 코디 제안"처럼 시간·장소·날씨·취향을 반영한 대화형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SEO 대신 'GEO'…브랜드는 '알고리즘 쇼퍼' 겨냥해 전략 전환
쇼퍼 자체가 알고리즘으로 바뀌면서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도 변화를 맞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대신 조사하고 협상하는 시대에 브랜드가 소비자 노출 격차를 극복하려면, 기존의 검색엔진최적화(SEO) 전략에서 생성형엔진최적화(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사람이 검색창에 입력하는 키워드를 겨냥하던 방식에서, AI 에이전트가 상품 데이터를 정확히 해석하고 협상 조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구조 자체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의 축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맞춤 추천인가, 은밀한 광고인가"…투명성 논란도
다만 AI 쇼핑 에이전트의 확산이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AI가 이용자의 구매 이력과 선호도를 분석해 먼저 대화를 제안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순수한 맞춤 추천인지 아니면 플랫폼의 개입이 강화된 형태의 은밀한 광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쇼핑 에이전트가 쇼핑 피로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반면 플랫폼의 개입이 확대될 우려도 있는 만큼, 추천 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광고성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건은 "협상 대행이 실제 소비자 이익으로 이어지느냐"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 간 실시간 협상이 상용화될 경우,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최적의 조건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협상의 알고리즘과 기준이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되느냐에 따라, 이런 기술이 실제로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플랫폼과 브랜드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또 다른 형태의 마케팅 수단이 될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소비자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을 둘러싼 제도적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