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100배, 속도 1000배"…로먼 우주망원경 발사 성공
한지훈 기자2026.09.04

팰컨 헤비에 실려 우주로…발사 10분 만에 목표 궤도 진입
미국이 암흑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차세대 우주망원경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7시 26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을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 헤비'에 실어 발사했다고 밝혔다.
발사 장면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버스 크기의 이 망원경은 발사 10분 만에 목표 궤도에 정착했으며, 최종 목적지인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2(L2)까지는 3개월 이상이 걸릴 예정이다.
이곳은 2021년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위치한 지점으로,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보다 4배 먼 곳이다.
허블과 비슷한 감도, 관측 속도는 1000배…"한 달 만에 은하 전체 탐사"
로먼 망원경의 가장 큰 특징은 관측 효율이다.
인류가 현재 사용 중인 주력 우주망원경보다 시야가 100배 넓어, 지금은 100번 찍어야 확인할 수 있는 우주 모습을 단 한 번의 촬영으로 담아낼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비슷한 감도와 해상도를 가졌지만 관측 속도는 약 1000배 빠른 것도 강점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좁고 깊게 들여다보는 '줌 렌즈'라면, 로먼은 넓은 전경을 포착하는 '광각 렌즈' 역할을 담당한다.
NASA는 로먼 망원경으로 한 달 만에 우리 은하 전체를 탐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태양계 밖 행성을 관측하는 코로나그래프 성능도 기존 대비 최대 1000배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0억 개 은하로 3D 우주 지도 제작…"우주의 95% 차지하는 암흑 물질·에너지 규명"
로먼 망원경은 앞으로 20억 개 이상의 은하를 관측해 3D 우주 지도를 제작하고,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실체를 규명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NASA는 로먼 망원경을 블랙홀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천체물리학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임무 기간은 5년으로 설정됐지만, 최대 10년까지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허블의 어머니' 기리며 명명…개발에 10년, 최대 43억 달러 투입
망원경의 이름은 NASA 최초의 수석 천문학자였던 고(故) 낸시 그레이스 로먼을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은 지구 대기층 위로 망원경을 띄우는 우주 기반 천문학 관측 개념을 개척한 인물로, '허블 우주망원경의 어머니'로도 불린다.
이 망원경 개발에는 10년이 걸렸으며, 투입 비용은 약 30억~43억 달러(약 4조1000억~5조90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내년 초부터 정식 관측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트럼프 "미국이 우주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아르테미스 행보와 맞물려
이번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우주 진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NASA 기자회견 도중 재러드 아이잭먼 NASA 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성공적인 발사를 축하하며 미국이 "우주에서 가장 잘나가는(hottest)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지금은 미국의 황금기"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린든 B. 존슨 우주센터를 방문해 우주 사관학교 창설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아르테미스 2호 비행사들에게 우주 명예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번 발사는 중국에 맞서 미국이 우주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흐름 속에서, 당초 예정보다 수개월 앞당겨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 뒤 L2 도착과 정밀 조정 작업
전문가들은 로먼 망원경이 실제로 성과를 내려면 앞으로 3개월간의 이동과 정밀한 궤도 조정, 각종 장비 점검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발사 자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내년 초 예정된 정식 관측 임무 개시까지 남은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느냐가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최종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로먼 망원경은 허블과 제임스웹에 이어 인류의 우주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릴 세 번째 우주망원경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