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가 친구 뺏는다"…미국 Z세대, AI에 등 돌리는 이유

정하윤 기자2026.08.21
"AI가 친구 뺏는다"…미국 Z세대, AI에 등 돌리는 이유
"졸업식 축사 도중 야유"…확산되는 'AI 반감' 미국 청년층 사이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불안감이 공개적인 반감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졸업 시즌,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스콧 보르체타 빅머신레코드 CEO 등 축사 연사들이 연설 중 AI를 언급하자 청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는 일이 잇따랐다. 애리조나대 졸업식에서는 슈미트가 연설 내내 야유를 받았다는 목격담이 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이는 기술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 이들과, AI가 자신들의 미래에 어떤 의미인지를 두고 갈수록 불안해하는 Z세대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설렘 36%→22%, 분노 22%→31%"…불과 1년 새 정반대로 월턴가족재단과 GSV벤처스가 갤럽에 의뢰해 14~29세 15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가 AI에 느끼는 '설렘'은 1년 만에 36%에서 22%로 떨어진 반면, '분노'는 22%에서 31%로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사용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주 AI를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약 51% 안팎을 유지했는데, 이는 청년들이 도구는 계속 쓰면서도 그에 대한 열정은 계속 식어가고 있는, 전형적인 '피로 현상'의 신호로 해석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직장에 다니는 Z세대의 48%는 AI의 위험이 이익보다 크다고 믿고 있으며, 44%는 회사의 AI 전략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적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내 주변엔 AI 안 쓰는 사람뿐"…또래 압박까지 등장 이런 반감은 또래 집단 문화로도 확산되고 있다. 윤리적 우려로 실리콘밸리 직장을 그만뒀다는 한 청년은 미국 매체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사실상 AI 사용을 강요받는 친구들을 제외하면 자신의 가까운 또래 집단 전체가 AI를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AI 생성 콘텐츠를 쓰는 것 자체가 '가짜스럽고 매우 안 힙한(uncool)' 행위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대학생은 다른 사람의 AI 사용이 곧 '레드 플래그(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져, 또래들이 그 사람을 낮게 평가하게 만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랜드 마케팅에도 등 돌려…72%가 "AI 마케팅 보면 직접 응징" 리서치기업 라이벌테크놀로지가 지난 7월 미국·캐나다 Z세대 9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브랜드의 AI 생성 마케팅을 접한 뒤 팔로우 취소나 구독 해지, 공개적 항의, 구매 중단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적이 있다고 답했다. 74%는 브랜드 마케팅이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밝혔고, 이 중 절반은 그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AI 챗봇에 속마음 털어놨다가"…과잉 의존 우려도 반감 키워 청년들의 반감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AI 동반자(컴패니언) 챗봇에 대한 과도한 정서적 의존이다. 2025년 7월 커먼센스미디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72%가 AI 동반자를 사용해본 적이 있고, 52%는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3분의 1은 다른 사람 대신 AI 동반자에게 중요하거나 심각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27세 청년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회적 근육'이 퇴화하는 것을 원치 않아 사생활에서는 AI를 쓰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소년의 AI 챗봇 이용과 관련해서는 지난 5월 학술지 '청소년학저널(Journal of Adolesc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 10명 중 6명이 AI 챗봇을 사용해본 적이 있고 10명 중 1명은 거의 매일 대화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일부 10대는 챗봇으로부터 또래 압박이나 조작, 유언비어 유포 같은 부정적 경험을 겪었다고 보고해, 연구팀은 대화형 AI가 본질적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청소년에게 일관되게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탈디지털'이 새로운 지위 상징으로…아이팟·디지털카메라 인기 부활 이런 피로감은 아날로그로의 회귀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는 아이팟과 디지털카메라, 구형 휴대전화 같은 한물간 기술에 대한 향수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으며, 한 전문가는 AI에 대한 설렘이 이제는 환멸로 대체됐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년 전 고급품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쓰레기가 된 물건이 뭐가 있느냐"는 질문이 잇따라 화제를 모으며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올해를 '아날로그의 해'로 규정하며, 이런 흐름이 디지털 탈피 자체를 새로운 지위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AI 아닌 반대체" 시각도…절반은 여전히 '슈퍼유저' 다만 이를 Z세대 전체의 'AI 거부'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Z세대가 AI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자리나 자율성을 대체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비용 절감이 아닌 직원 역량 강화 메시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Z세대의 43%는 AI를 고차원적 업무와 개인 비서로 적극 활용하는 'AI 슈퍼유저'로 분류되기도 했다. 채용시장 악화와 AI발 구조조정 소식이 반복되면서, 이런 반감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이 청년 세대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전문가들은 Z세대의 AI 반감이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실제 성과보다 부풀려진 약속을 반복해온 빅테크에 대한 신뢰 문제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정책과 기업의 메시지 전환 없이는 이런 피로감과 반감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향후 AI 기업들이 청년 세대의 실질적 우려—일자리, 저작권, 환경 영향, 정서적 과의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 세대의 AI 수용 여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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