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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오디세이' 흥행에 그리스, 관광객 몰려 물·전기 바닥

박정아 기자2026.09.02
놀란 '오디세이' 흥행에 그리스, 관광객 몰려 물·전기 바닥
예약 76%↑, 칼라마타공항 여객 22.7%↑…'세트제팅' 열풍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촬영지인 그리스가 관광객 폭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스 매체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그리스 여행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 영국 여행업체 익스플로어 월드와이드도 최근 4주간 그리스 여행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이지젯 홀리데이즈 역시 8월 첫째 주 그리스 여행 예약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주요 촬영지인 펠로폰네소스반도 관문 칼라마타공항의 올해 상반기 국제선 도착 승객은 6만841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했는데, 이는 영화 개봉 이전부터 이미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흐름이 개봉 이후 더욱 가속화된 결과다. 영화를 계기로 촬영지를 찾아가는 이른바 '세트제팅(Set-jetting)' 현상이 그리스 관광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발로스 해변에 하루 4000~5000명…"인스타·틱톡이 망가뜨렸다" 그리스 크레타섬 서북부의 발로스 해변에 관광객이 빽빽하게 몰린 영상이 조회수 수백만 건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는데, 영상에는 좁은 부두와 석호 일대가 인파로 북적이는 모습이 담겼다. 이곳을 찾은 한 여행객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때문에 많은 곳이 망가졌다고 지적했고, 다른 누리꾼은 과잉 관광이 심각한 세계적 문제이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자연이라고 꼬집었다. 발로스 해변 일대는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럽연합(EU) 자연보호구역 '나투라 2000'에 포함돼 있지만, 지역 환경 자문관은 하루 4000~5000명의 방문객이 몰리면서 환경보호 규정을 제대로 시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의료 인력 공석에 "파견 의사조차 잘 곳이 없다" 인프라 부족 문제는 자연환경 훼손을 넘어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리스 공공병원노동자연맹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휴양지 코스섬은 내과 전문의가 없어 파견 인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으며, 사모스섬은 내과 정원 5명이 전원 공석인 상태다. 지난달 46만 명이 몰린 산토리니 역시 간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수기 임대료 폭등으로 파견 의료진조차 머물 거처를 구하지 못해 채용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 수요가 지역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스 정부 "관광 특별공간계획" 확정…5개 유형으로 나눠 신규 개발 제한 관광 과열이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그리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지난 8일 전국 관광지를 5개 유형으로 분류해 이미 포화 상태인 지역의 신규 개발을 제한하는 '관광 특별공간계획'을 확정했다.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등 관광 압력이 높은 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각 지역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과 시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뜻하는 '관광 수용능력'을 개발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발로스 해변과 같은 자연보호구역에 대해서도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타카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특수…트로이는 "우리도 관광객 좀"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실제 촬영 여부와 무관하게 관광 특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고향으로 알려진 이오니아해의 섬 이타카는 정작 영화에서 어떤 장면도 촬영되지 않았지만, 그리스 관광청 프랑스 지부는 이타카로 언론 투어를 조직해 유력지 르피가로에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라는 제목의 162페이지 분량 특집 기사를 싣게 하는 등 관련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실제 호메로스 서사시의 무대인 튀르키예 트로이 유적지는 상대적으로 관광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져, 영화 흥행의 혜택이 실제 촬영지나 역사적 배경지에 자동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한편 국내 여행업계도 이런 '스크린 관광'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 한 여행사는 서유럽·그리스·두바이 등 영화 배경지를 테마로 한 기획전을 선보이며 관련 상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관건은 "관광 수익과 지역 생존권 사이의 균형" 전문가들은 '오디세이' 흥행이 촉발한 이번 사례가, 대작 영화 한 편이 특정 지역의 관광 지형을 순식간에 뒤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미 오버투어리즘에 시달리던 그리스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그리스가 관광객 급증에 대응할 기반시설을 미리 갖추지 못한 채 '수용 불가'만 선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관광 특별공간계획이 실제로 자연환경 보호와 지역 주민의 생활권 보장, 그리고 관광 수익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그리스 관광 정책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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