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여행에 옷값 4만 원"…中 젊은 층 사로잡은 '차포이'
김지수 기자2026.08.19

"어차피 만 원도 안 하는데"…해시태그 조회수 수백만 건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여행지에서 한두 번만 입고 그대로 버리는 '일회용 패션'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차포이(次抛衣)'라는 소비 트렌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차포이는 한두 차례만 입은 뒤 버리는 옷을 일컫는 신조어다.
중국의 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관련 해시태그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한 여성은 7일간의 여행을 위해 옷 5벌을 구입했는데 총비용이 200위안(약 4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여행이 끝난 뒤 옷을 보관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실용성보다 '사진발'…화려한 원피스·망토가 대세
이런 일회용 의류는 일반적인 패션 상품과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내구성이나 활용도 같은 실용성보다, 여행지 사진에서 돋보이는 화려한 디자인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화려한 롱스커트와 망토, 야외용 재킷, 휴양지용 원피스 등이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옷을 여러 번 입고 오래 관리해야 한다는 소비 개념 대신, 딱 한 번의 완벽한 인생샷을 위해 소비하고 버리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판매업체도 발 빠르게 대응…여행지·계절별 '한정판 순환' 전략
이런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판매업체들의 대응도 진화하고 있다.
일부 의류 판매업체는 여행지와 계절에 따라 상품 라인업을 계속 바꿔가며 판매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5월에는 바닷가에서 사진 찍기 좋은 원피스를, 명절에는 전통 의상 콘셉트의 옷을 선보이는 식으로, 소비자의 여행·행사 일정에 맞춰 상품을 빠르게 순환시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초저가·초단기 회전 전략을 통해 '한 번 입고 버리는' 소비 사이클 자체를 상품 기획의 중심에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짐 줄이고 부담 없이"…여행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차포이 트렌드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여행 방식의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짧은 일정으로 여러 곳을 다니는 여행이 늘면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대신 저렴한 옷을 현지에서 사 입고 버리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SNS에 올릴 완벽한 사진을 위해 매번 다른 콘셉트의 옷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런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옷을 다시 챙겨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여행 짐을 최소화하려는 실용적 동기와 SNS 인증 문화가 맞물려 만들어낸 트렌드로 해석된다.
글로벌 흐름과는 '역행'…리세일·중고 의류 시장 성장세와 대비
흥미로운 점은 이 트렌드가 전 세계적인 지속가능 패션 흐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는 오히려 중고 의류를 재판매하는 '리세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리세일 시장은 2023년에만 18% 성장해 전체 소매 시장보다 15배나 빠른 속도를 보였으며,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3500억 달러(약 5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의 절반 이상(52%)이 재판매 의류를 구매한 경험이 있고, 59%는 좋은 가격이 아니면 아예 옷을 사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로 실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소비가 세계적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데, 차포이는 이런 흐름과 대비되는 '역행 소비'로 볼 수 있다.
환경단체 우려도…"초저가 일회용 의류가 결국 쓰레기로"
다만 이런 트렌드에 대한 환경적 우려도 함께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옷을 한두 번만 입고 버리는 소비 방식은 결국 대량의 섬유 폐기물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패스트 패션'의 폐해를 한층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될 수 있다.
저가로 대량 생산된 의류가 짧은 수명을 마치고 곧바로 폐기되는 구조는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라는 측면에서 지속가능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소비 행태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소비 가치관에 어떤 파장을 낳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차포이 트렌드가 중국 젊은 세대가 여행과 소비, SNS 인증 문화를 대하는 방식 전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초저가 의류의 대량 생산·소비 구조가 지속될 경우 환경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 트렌드가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지, 아니면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과 맞물려 제동이 걸릴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